러시아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어떤 정보를 접하고 있을까요? 러시아의 미디어 환경에 뛰어들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우태영입니다.
6월 5일인 오늘은 '환경의 날'이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에서 '유엔환경계획 (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을 설치하고 매년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했어요. 우리나라는 1996년에 매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기도 했고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재단들까지 '환경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오늘만큼은 특별히 더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지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뉴스레터는 여러 가지 소식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 (6월 3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째였는데, 그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해서 그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에는 오프라인 행사 관련 중요한 소식이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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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듣는 사자성어 중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죠.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인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특히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전 세계가 전쟁을 비판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의 무차별 침공과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공격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데, 왜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정부의 만행을 옹호할까? 미디어가 통제되겠지만, 과연 어느 정도로 세뇌된 걸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더 푸틴 쇼”라는 기사를 접하게 됐어요. “러시아 국민들은 요즘 무슨 뉴스와 미디어를 접하고 살까?”라는 저의 의문을 명확히 대답해 주는 기사였는데, 첫 단락부터 너무 인상 깊었어요: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처음 선출되었을 때, 그는 보리스 옐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공직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방문객에 의하면, 푸틴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인 펜 대신 텔레비전 리모컨을 놓았다고 한다. 새 대통령은 언론에 집착했고, 자신에 대한 취재를 지켜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의 첫 행보 중 하나는 한 신흥 부자가 소유한 독립 방송국 ntv를 포함한 국가의 텔레비전 방송망을 정부가 통제하게 하는 것이었다. ntv는 새 대통령을 정치 풍자 방송 ‘쿠클리’ (인형들)에서 난쟁으로 묘사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푸틴 대통령은 서서히 언론을 통제해왔고,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특수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로 그는 러시아 내 미디어를 노골적으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죠. 그렇다면 러시아 국민들은 어떤 소식을 접하고 있을까요?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나열한 한 평범한 시민의 하루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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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AM
당신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새로운 고층 건물에 있는 당신의 아파트에서 깨어난다. 하늘은 흐리고, 쌀쌀한 잿빛 날씨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부엌 식탁에 인기 있는 보수 일간지인 ‘이즈베스티아’ 신문을 남겨 놓으셨다. 1면을 스캔하면 익숙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나치, 서구의 음모, 러시아의 영웅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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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조상들은 나치로부터 조국을 지켰고, 나도 조국을 지킬 것이다." 유명한 배우인 블라디미르 마쉬코프가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대조국전쟁 전선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벽지용 풀을 먹으며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살아남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 "악명 높은 '아조프(Azov)'의 한 군사기지가 드러내는 것." 극우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대 '아조프'가 전쟁범죄와 민간인 학살의 흔적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군은 이 단체를 만들고 훈련시켰고, 나치 이데올로기와 신이교도 숭배에 대한 집착을 키웠다고 한다.
- "의사다운 행동.” 러시아 의료진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읽고 당신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사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이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 “단점들과 장점.” 당신은 풍부한 석유 수입 덕분에 러시아의 예산 흑자가 8,000억 루블에 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방이 제재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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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AM
당신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전화기를 본다. 러시아의 가장 인기 있는 소셜 네트워크인 vk의 실시간 뉴스 탭은 당신을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에 관한 채널로 안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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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반도 부총리: 우크라이나의 남부는 러시아 영토가 될 것이다.”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크라이나 남부 주민들의 의지이며, 우크라이나 통치는 억압과 고통만 불러왔다는 게 부총리의 설명이다. 이를 읽으며 당신은 지난 여름 크림 해안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시간을 추억하며, 주민들이 러시아의 일부로 살아가는 사실을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억한다.
- “‘라이트 섹터’ 지지자 칼리닌그라드에 억류 중” 러시아 보안국의 장교들이 승리의 날(5월 9일)에 테러 공격을 계획한 우크라이나 나치 옹호자를 체포하는 모습을 본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즘이 더 오래 곪도록 내버려뒀다면 상황은 얼마나 나빠졌을까? 아마도 푸틴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 "도네츠크에는 러시아의 영웅인 누르마고메드 가즈마고메도프의 이름을 딴 광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특수 군사작전 동안 사망한 최초의 러시아 군인 중 한 명인 가즈마고메도프는 겨우 25세였다. 그는 의무를 다하다가 죽었다.
- “푸틴 대통령은 이날 ‘DNR 데이’에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푸실린 수장을 축하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신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와 처음으로 결별한 지 정확히 8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8년! 어서 승리하고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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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PM
차가 막히는 모스크바 제3순환도로를 따라 집으로 운전할 때, 당신은 라디오로 뉴스를 접한다. 2월 24일 이후 여느 때처럼 우크라이나의 특수작전이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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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실험실에 대한 이야기는 공상 과학 소설에서 나온 것 같이 허황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코로나 전염병이 시작된 이후로 일상 속 많은 것들이 허황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라디오에서 말하는 조지 소로스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지만, 소로스가 연루되었다면 분명 나쁜 일이지 않을까. 미국인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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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PM
저녁 식사 후, 당신은 텔레비전 앞에서 빈둥거린다. 채널을 돌리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시청하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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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스튜디오에서 전해진 그의 독백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완전한 파괴를 추구하고 있고,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이제 당신이 지지를 표명해야 할 때라고 한다. 당신은 일어나서 냉장고로 걸어가 맥주 한 캔을 꺼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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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미하일 카츠린의 이야기로 기사는 마무리되는데요. 2월 24일 폭발 소리에 깨어난 그는 며칠 후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고 해요. "저는 전화를 걸어 '아버지, 그들이 우리를 폭격하기 시작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라고 카츠린씨는 설명했고, 그의 아버지는 "아니야, 그것은 모두 우크라이나의 프로파간다야. 사실 평화적인 작전이며 러시아의 영웅들이 나치즘으로부터 너희를 구하고 있어"라고 말했다고 해요.
우리는 흔히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하죠. 너무 많은 양의 정보 속에 거짓된 정보도 많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무엇을 듣고 보아야 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그 소식을 우리와 완전히 다르게 접하는 러시아인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우리는 세상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알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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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토크콘서트가 30분 늦게 시작합니다!
#세상을공부하다 뉴스레터 첫 오프라인 이벤트, 6월 11일에 열리는 토크콘서트가 30분 늦게 시작합니다! **6월 4일 이전에 신청해 주신 분들께는 추가로 개개인에게 카카오톡/문자 공지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행사 관련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공유드립니다:
- 날짜: 6월 11일 토요일 저녁 7:30~9:30 (입장은 7시 시작, 저녁 식사 하고 오세요!)
- 장소: SAC아트홀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34 지하2층) http://naver.me/G3J0zF2K
- 입장료: 10,000원 (이번 행사 입장료는 전액 기부됩니다!)
- 이번 주 중에 딱 1번, 제 인스타그램 @taeyoung1025 에 행사 신청서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아직 구독자는 아니지만 뉴스레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많이 신청해 주신다면 조기 매진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빨리 신청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시간 변경으로 인해 일찍 출발하셔야 한다면 전혀 문제 없으니, 편하게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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