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새해 첫 공식 뉴스레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우태영입니다.
모두 즐거운 설 연휴 보내셨나요? 서울은 매우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모두 피해 없이 실내에서 따뜻하게 보내셨길 바랍니다.
저는 며칠 전, 갑작스러운 출장이 잡히면서 샌프란시스코를 아주 짧게 방문했어요.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거의 7시간을 날아가야 하는데, 찾아보니 뉴욕에서 런던까지 가는 시간과 비슷하더라고요. "같은 거리면 차라리 런던에 가고 싶다..!"라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를 탔는데, 막상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리니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날씨가 반갑게 맞이해줘서 기분이 풀린 것 같아요. 약 30시간 체류하면서 일정 9개를 소화하고, 도착한 다음날 밤 10시에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타니 이륙부터 착륙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경험도 했네요.
뉴욕 공항에 돌아온 오전 6시, 창문 밖에 보이는 모습을 찍어봤어요. 오고 가며 탔던 비행기 둘 다 만석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을 날며 자신이 필요로 한 목적지로 날아가는 사람들도 참 많겠죠? 올해는 더 많은 곳을 다니고, 새로운 소식을 더 많이 접해서 전달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새해 인사 메일을 통해서 피드백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더더욱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고, 인사 메일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가을에 제가 직접 집필한 첫 책이 출간될 예정인데 그때까지 열심히 준비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2023년의 첫 뉴스레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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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을 상상하며 미국행을 꿈꾸는 많은 이들도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그것, 바로 너무 자주 일어나는 미국 내 총기난사. 2023년이 이제 겨우 29일째인데, 미국에서 지난 약 4주 동안에 43번의 총기난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시나요?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인데요, 바로 미국 수정헌법 제2조가 규정하는 '무기 휴대의 권리' 때문이에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될 수 없다"가 전문인 수정헌법 제2조는 1791년에 제정되었어요. 오늘날 이어지는 수많은 총기 사고들 때문에 더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수정헌법의 가치를 정부가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요. 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기반으로 정부에 로비를 하며 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는 단체들도 존재하고요.
지난 22일(일요일), 아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LA 근처 몬테레이 파크에서 설 연휴를 맞이하던 시기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고, 특히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큰 충격에 빠졌어요. 중국 출신의 이민자인 72세 남성이 한 댄스 스튜디오를 방문해 50대~60대 총 10명을 살해했는데요,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현지 주민들이 사교춤을 배우며 교류하는 인기 장소로 알려진 곳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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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가 일어났던 '스타 볼룸 댄스 스튜디오' 앞에 설치된 임시 추모 공간. 📸: Alisha Jucev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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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자신의 차량에 경찰이 접근하는 모습을 본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요. 이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범죄인지, 지인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으로 벌인 일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찰의 수사는 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직접적으로 총기 난사에 영향을 받은 적은 없고, 일상을 살아가는데 크게 두려움을 느낀 경우도 없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이틀에 약 세 번씩 일어나는 이런 끔찍한 사건들에는 우리와 같은 많은 일반적인 가족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으로 인해 평생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는 일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네요. 과연 미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등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인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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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저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록적인" "최악의" "역사상 첫" 사건들에 대해 들으며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데요, 이런 소식을 통계로만 접하는 경우가 많아서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은 뉴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너무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모습들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번에는 한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들을 공유해 드리고 싶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사진작가 기드온 멘델 (Gideon Mendel)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개국에서 일어난 홍수를 기록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녔다고 해요.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소호 포토그래피 쿼터'에서 올해 5월까지 열리는 멘델의 전시회 '불/홍수'에는 그가 지난 11월, 기록적인 홍수를 겪은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을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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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카누를 타고 주민들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던 작가는, 홍수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물에 잠겨있는 동네를 카메라에 담았어요. 사진 속 주인공 중 한 명은 "내 모든 소지품이 파괴되었고, 우리를 위한 피난처가 없어서 우리는 길가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어요.
기록적인 홍수는 오염된 물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들까지 모여들었다고 해요. UN에서는 이번 나이지리아 홍수로 인해 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고, 그중 6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어요. 약 150만 명이 집에서 대피해야 했고, 주변 농장과 기초 기반 시설을 광범위하게 손상시켰다고 해요. 한 지역 농부는 "농지가 물에 잠겨 줄기가 모두 죽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수확이 없을 것이다"라며 한탄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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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잃어버린 이들은 과연 위 사진들이 촬영된 지 2달이 넘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한국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듯한 강추위, 기록적인 폭우, 갑자기 이상하게 따뜻한 겨울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접하고 있죠. 우리가 과연 환경 보호를 위해,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위에 공유한 사진들을 포함한 사진작가의 사진들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이 BBC 기사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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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한 국가 지도자에게 배우는 번아웃에 대처하는 자세
뉴질랜드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로 총리 자리에 오른 저신다 아던 (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어요. 10월 14일 총선 때 재선에 도전할 수 있었던 아던 총리가 전혀 예고 없이 한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표했는데요. 최근에는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특히 코로나19 발병 후 발 빠른 대처로 자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고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아던 총리의 사임 이유는 다름 아닌 '번아웃'이었어요.
"더는 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연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발표한 아던 총리의 발언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기 시작했어요. 그중 저의 눈에 띈 글은, 뉴욕타임스에서 정신건강 분야 담당 기자인 크리스티나 카론이 쓴 " Should You Quit Your Job?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요?)"이었는데, 기자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들을 정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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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을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저신다 아던 총리. 📸: Kerry Marsh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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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을 느낀다면]
미국심리학회 응용심리학 선임이사 데니스 스톨(Dennis Stolle)은 번아웃은 감정적인 피로, 부정적인 감정,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일을 효과적으로 잘 못한다는 느낌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이전에 비해 부정적이거나 모든 일에 무관심해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번아웃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해요.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될 수도 있지만, 만약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스스로 더 힘들어지거나 주변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느껴진다면 조심해야 해요. 만약 자주 급 화가 나거나 너무 슬픈 감정 혹은 죄책감을 느낀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해요.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일 그리고 직장은 우리의 정체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하지만 개인적인 우선순위가 바뀌며 예전만큼 일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면,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요. 만약 일이 나의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가 더 이상 아닌 사실을 인지한다면, 잠시 거리를 두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해요.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스튜어트 샹크맨 교수는 "당신의 직업이 반드시 당신을 정의하는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전했어요.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면]
직원들이 직장에서 존중받는다고 느낀다면,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처벌이나 조롱에 대한 두려움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직원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구성원이라고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특히 상사나 동기가 폭언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가한다면--그 조직을 벗어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어요. 2022년 미국심리학회의 한 설문에 의하면, 직장인 5명 중 한 명 정도가 자신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시인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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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직장 생활이 불편하다고 대책 없이 당장 그만두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스스로 자신과 환경에 대해 진단을 해보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혹은 지금 있는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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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볼 수 있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국제 무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슈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1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결정이에요. 지난 수요일, IOC는 러시아 선수들을 중립국으로 출전할 수 있게 길을 마련하려 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꾸준히 "중립국 자격으로도 러시아 선수들이 절대 올림픽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해왔지만 수용되지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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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으로 출전했어요. 📸: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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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집행위원회의 성명에서 "어떤 선수도 러시아 여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출전이 금지돼선 안된다"라며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 헌장에 따라 차별 없이 대우받을 권리가 있고 중립국 신분으로 참가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어요. 이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이후에 나왔기에 IOC의 결단이 보이는 성명이라 볼 수 있어요.
러시아 선수단은 도핑 스캔들로 인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부터 지금까지 총 4번의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 소속으로 출전하지 못했는데요, 이번 다가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어떤 소속으로 출전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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