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생긴 피해 이외에 알아야 할 위기, 그리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까지. 안녕하세요, 우태영입니다.
월요일(6일)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국경지역에서 일어난 끔찍한 지진으로 인명피해 기록이 매일 갱신되고 있습니다. 오늘(12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8,000명을 넘겼고, 아직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20만 명을 넘긴다고 하네요.
고등학생 시절에 가족 여행으로 튀르키예의 수도 이스탄불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유럽 방문은 처음이었던 그때 아쉽게도 어떤 랜드마크를 보고 왔는지 이름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곳에서 선물로 받은 "터키시 딜라이트"라고 불리는 로쿰(전통 젤리)를 맛있게 먹으며 새로운 문화를 접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통 시장을 걸을 때 상인들이 보자마자 한국어로 인사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는데, 그때는 한국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않던 시기여서 더 놀랐던 것 같아요. 친절한 현지인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참사가 더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지진을 집중적으로 다뤄볼 예정입니다. 7.8과 7.5 규모의 강진 그리고 그 후 찾아온 수많은 여진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쉽게 접하실 수 있으니, 저는 그 외에 제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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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그 이후의 문제, 생존자의 건강이 위험하다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망가지며 사람이 다니기 어려운 지역이 되어버린 참사 현장. 무자비한 지진은 아파트나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병원과 의료시설도 붕괴시켰는데요, 이로 인해 생존자들이 2차 위기에 몰렸다고 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 대응이 생존자 구조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고혈압, 당뇨병 또는 천식에 필요한 약품을 구하지 못하는 생존자, 임시 대피소와 난민 캠프에서 출산을 해야 하는 임산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암 환자 등 지진 이후에 일어날 보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해 보여요.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로 인해 추위에 떠는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좁은 임시적으로 제공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의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해요.
만약 생존자가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다면, 근육에 가해지는 압력이 방출되고 손상된 조직에서 독소를 방출하면서 "압좌증후군 (Crush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생존자들의 신장에 큰 피해를 주고 투석이 필요한 데, 병원 시설이 무너진 지금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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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 임시로 마련된이재민 대피소. 완전한 실내 공간이 아닌 텐트 안에서 불을 쬐고 있는 모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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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와 함께 시리아 북서 지역에도 큰 타격을 주었는데, 특히 시리아에선 콜레라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시리아는 12년 동안 내전이 이어졌는데, 그로 인해 공중위생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극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해요. 국경없는의사회와 프로젝트 호프(Project Hope)와 같은 비영리 재단들이 의료진과 의약품 지원을 하고 있고, 이스라엘 국방군은 튀르키예에 야전병원을 설치하고 있어요.
의료 붕괴와 앞으로 다가올 문제를 취재한 워싱턴포스트는 기사를 통해 생존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위한 정신 건강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어요. 보건 문제를 생각하면 당장의 육체적 문제를 생각하게 되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겠죠.
세계보건기구(WHO) 지진 대응 담당자 로버트 홀든은 ""물과 연료·전력·통신 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의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최초 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2차 재해가 발생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라고 했어요. 지진 자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위기, 적극적인 범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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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관계의 국경을 연 참사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여러 국가에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 뉴스를 통해서도 많이 들으실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8명의 긴급구호대를 결성해 튀르키예로 파견했고, 한국 구호대가 지금까지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제가 접한 뜻밖의 소식은 바로 🇦🇲아르메니아가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에요. 왜냐하면 이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튀르키예와 아르마니의 국경을 35년 만에 처음으로 열었기 때문이죠.
아르메니아 정부는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1915년부터 1917년까지 약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때문에 튀르키예와 정식 외교 관계도 맺지 않고 있어요. 튀르키예 정부는 이 대학살을 부인하고 있어서 100년 넘게 앙숙 관계가 이어져 왔는데, 그 앙숙을 넘어 참사 피해 지원을 위해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이 다시 열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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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에서 튀르키예로 넘어오는 구호 물품.
사진은 튀르키예 전 주미국 대사이자 현 아르메니아 특사인 세르다르 클르츠 (Serdar Kiliç) 대사가 트위터에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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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국경이 열렸을 때는 1988년에 아르메니아에서 일어난 지진 이후 튀르키예 적십자사가 구호 물품을 보냈을 때였고, 그 이후 지금까지 굳게 닫혀 있었다고 해요. 역사 문제로 인해 외교가 어려운 현실, 대신 자연재해 피해 지원을 위해 손을 내미는 행동 -- 여러모로 복잡한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일인 것 같아요.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고, 그 관계에 역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소식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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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우리한테만 형제?
한국과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표현, 바로 "형제의 나라"이죠. 튀르키예는 6.25 한국전쟁 때 UN군 파병 규모 4위로 참전하면서 2만 명이 넘는 군인을 지원했고, 참전 국가 중 가장 먼저 응했던 국가였어요. 참전한 나라들 중 전쟁 중에 유일하게 한국 고아들을 위해 학교를 지은 유일한 군부대이기도 해요.
튀르키예는 1949년에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하고 1957년에 수교하며 지금까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이 관계의 기반은 과거 고구려 시절 튀르크족의 제국인 "튀르크(돌궐, 552-745년)"때부터 이루어진 활발한 교류 때문이라고 해요. 국가기록원의 자료에 따르면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튀르키예 고교생들이 "형제의 나라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왜 지원군을 보내지 않느냐며 시위를 벌였다"라고 소개해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직후 "6.25 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지난 화요일(7일) 발표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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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3•4위전 경기장, 기억하시나요? 튀르키예 선수단 뿐만 아니라 TV로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까지 대형 국기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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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 유일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튀르키예인데, 과연 튀르키예도 한국을 유일한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튀르키예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나라에도 "형제"라는 단어를 쓰더라고요! 2020년 9월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을 공격했을 때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아제르바이잔 형제들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직접 글을 올렸어요. 🇵🇰파키스탄 임란 칸 총리를 만났던 2019년 성명에는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오랜 시간 동안 우호 관계를 맺어온 형제 국가이다"라고 했더라고요.
한국은 유일하게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라고 칭하지만, 튀르키예는 한국 외에 다른 국가들에게도 "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형제의 나라로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뉴스레터를 적으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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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 (도울 수 있는 방법)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소식을 접하시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서 검증된 기부 방법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물품 기부를 희망하신다면:
2월 17일 (금요일)까지, 한국무역협회 (KITA)에서 물품을 모아 튀르키예 현지로 전달한다고 합니다.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제공한 구호물품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겨울 의류: 코트, 재킷, 우비, 부츠, 스웨터, 바지, 장갑, 목도리, 모자, 양말, 속옷 등
- 취침 용품: 텐트, 침대, 매트리스, 담요, 침낭, 휴대용 버너, 히터, 가스튜브, 보온병, 손전등, 발전기 등
- 기타: 음식 박스(통조림 등), 아동용 식품, 기저귀, 위생 용품, 위생 티슈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구호물품 박스 포장
- 포장된 물품의 종류와 "Aid Material/Turkiye" 문구 기재
- 아래의 물류센터 주소로 물품 운송
주소: 인천시 중구 자유무역로 110번길 20, 한국도심공항 인천물류1센터 304~6호
담당자: 박찬영 전무 010-8146-5291
현금 기부를 희망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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