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올해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그리고 중국은 왜 메시의 나라에 집착할까. 안녕하세요, 우태영입니다.
1년 전 2월 27일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배경 이해하기"라는 제목으로 뉴스레터 4편을 발송했었는데, 짧은 기간 내에 전쟁이 끝날 거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은 이어지고 있네요. 금요일(24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이었고,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많이 접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시작은 약 1년 전 제가 보내드렸던 뉴스레터를 열었던,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다시 한번 보여드립니다.
원래 뉴스레터 맨 마지막에 부탁드리는 게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의 뉴스레터가 여러분이 더 큰 세상을 보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신다면, 내용이 재미있고 이 뉴스레터가 지속되었으면 하신다면, 주변에 함께 세상을 공부했으면 하는 분들께 아래 링크를 공유해 주시고 구독하시라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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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인해 바뀌는 🇩🇪독일
지난 1년간 일어난 전쟁 속에서 국제사회를 가장 놀라게 한 제3국은 아마 독일이었을 거예요. 독일은 세계 2차대전 패배 후 그 어떤 분쟁 지역에 무기를 절대 지원하지 않겠다고 독일 국민들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약속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도 그 원칙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침공 한 달 후 대공미사일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기 지원을 진행했고,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한 나라가 되었어요. 지난달 25일에는 독일의 주요 전차인 '레오파르트 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서방국가들의 더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해냈죠.
이틀 전, 저는 뉴욕에서 독일 연방의회의 현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메틴 학바르디(Metin Hakverdi) 의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뉴욕대학교 (NYU) 소속 독일 어학당인 '도이치스 하우스 (Deutsches Haus)'에서 열린 세미나를 참석했는데, 학바르디 의원은 독일이 얼마나 이번 전쟁을 통해 빠르게 많이 바뀌었는지 강조하며 독일의 역할을 피력했어요.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전쟁 전 독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55%가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는데 전쟁 발발 후 1년이 지난 지금 거의 0%로 수입률을 낮추었다는 사실이었어요. 학바르디 의원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과연 독일이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수 있을지 우려했던 많은 이들이 지난 1년간 조용해졌다고 강조했어요. 그는 미국이 가장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독일은 뒤에서 유럽연합과 동맹국들이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중요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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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의회 메틴 학바르디(Metin Hakverdi) 의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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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끝난 후 학바르디 의원과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저는 그에게 독일이 바라보는 아시아에 대해 듣고 싶었어요. 일본이 통과시킨 2023년도 예산안에 방위비가 작년보다 26% 늘어난 약 65조 7천억 원인데,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로 한발씩 나아가면서 한국과 아시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독일이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적극적인 무장과 함께 무기 지원을 하는데, 과연 일본이 독일을 바라보며 더 적극적으로 무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독일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일본의 무장을 우려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어요.
그는 저의 질문에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중국을 보면 파시즘(fascism)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라고 강하게 말한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2차대전 이후 적극적으로 협력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더 적극적으로 역사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해야 더 강한 적을 견제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설명했어요. 물론 한일 관계 속에 담긴 역사적, 감정적인 문제가 깊다는 것을 잘 안다고 덧붙이면서도, 독일의 입장은 동맹국들이 더 긴밀하게 협조해야 중국이 독자적으로 세계를 재편성하려는 노력을 막을 수 있다고 했어요.
세미나에 앉아서 신기하다고 느낀 점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대학교에서 진행된 세미나였지만 참석자 중 약 80%가 50대 이상으로 보였어요. 홍보의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나머지 학생 중 대부분이 중국인 유학생들이었고, 그들 앞에서도 학바르디 의원은 망설임 없이 중국을 "파시스트 국가"로 칭한 모습이었어요. 종종 중국인 유학생들이 연사의 발언에 비웃듯이 반응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로 인한 독일의 무기 지원, 그 모습이 일본에 심어줄 수 있는 인상, 그리고 적극적으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무장하고 일본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과연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한국은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어요. 너무나 가깝게 얽혀있는 세상, 우리가 세상을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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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찐 이웃들의 강력한 한 마디🇪🇪🇱🇻🇱🇹
이번 주, 미국 뉴욕 UN 본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이하며 안전보장이사회 (Security Council, "안보리") 특별 회 의가 진행됐었어요. 목요일(23일)에는 회원국들이 긴급 특별 총회에 참석해 러시아에게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기자회견은 러시아의 "찐 이웃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발트 3국, 바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들의 합동 기자회견이었어요.
발트 3국은 19세기에 러시아 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갔다가,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독립국이 되었지만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 조약에 따라 다시 소련에 합병됐어요. 그리고서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에 침공을 당하고, 대전 말기에는 소련이 다시 침공하면서 결국 1991년까지 소련에 합병됐었죠. 소련이 해체될 때 3국의 독립이 인정되었고, 2004년에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가입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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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트 3국 외교부 장관 세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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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미국과 서방국가들에게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는데요,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바로 1997년 이후 NATO에 가입한 중/동유럽 국가들에 배치된 군사와 무기 모두 철회였어요. 2004년에 NATO에 가입한 발트 3국이 바로 이 요구에 포함되죠.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와 NATO의 확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Gabrielius Landsbergis)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과, "UN 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가 필요하다는 투표가 가결됐지만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특별히 강조했어요. 길어지는 전쟁 속에서 어느 한 쪽의 완전한 승리가 아닌 조정된 타협을 이야기하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가 한마음으로 러시아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느꼈어요. 과연 러시아의 주변 국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전쟁에 참여하게 될지, 혹시 더 큰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지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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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희생양, ⚽️메시의 🇦🇷아르헨티나
며칠 전, 동아시아 정세를 다루는 잡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서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미래 영광에 투자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어요. 중국 상해대학교 남미학과 센터장인 장스슈에(江时学, Jiang Shixue) 교수가 작성한 논평을 언급하며 시작하는 이 글은, 중국이 남미와의 관계에서 아르헨티나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중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했는데요. 올해 초에 중국이 아르헨티나에게 중국 해군 기지를 아르헨티나 남쪽 끝에 지을 수 있게 투자를 진행하려 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서, 중국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나 궁금해졌어요.
장 교수는 아르헨티나에게 세 가지 "조언"을 했는데, 아르헨티나는 (1) 통치를 강화하고, (2) 비교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3) 기술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중국과 여러 방면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했지만, 최악의 물가 상승과 부패 논란 때문에 중국과 협력을 줄이고자 하는 반대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중국에도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겠죠. 장 교수가 언급한 '비교우위'에 천연자원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르헨티나의 핵심 자원 중 하나인 리튬을 욕심내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었어요. 그리고 기술 혁신에 더 투자하라는 주장은 작년에 설립한 '중국-아르헨티나 혁신기술정책연구센터'와 중국이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남쪽 해안 해군 기지를 고려해서 한 주장이라고 이 기사가 설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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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공산당 역사박물관을 방문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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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위해 동방 국가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 남미 국가들에게 중국의 투자 제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만든 신흥경제 5개국 모임 브릭스(BRICS)의 정상회의에 아르헨티나를 초청하기도 했고, IMF나 세계은행 대신 중국 중심의 국제금융기금인 "브릭스 개발은행" 회원국이 되도록 아르헨티나를 유도하기도 했어요. 아르헨티나는 2005년부터 중국은행에게 $17조 달러를 빌렸고, 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상해대학교 장 교수는 자신의 글에"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메시나 마라도나에만 열광하며 거리에 나올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거리에 나와 질서를 흐린다"라고 주장했어요.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불안정성은 결국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인데, 중국이 어떤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글을 접할 수 있었어요. 중국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을 때 미국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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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따뜻한 LA에 34년 만에 발령된 ❄️눈보라 경보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약 10년을 살았던 저는, 크리스마스를 야외 수영장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로스앤젤레스(LA)는 1년 내내 따뜻한 곳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도시 중 하나죠. 하지만 어제(25일), 기록적인 폭풍이 캘리포니아 남부를 강타하며 34년 만에 눈보라 경보가 발령됐다고 해요. 이번 눈보라는 캐나다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캘리포니아 남부까지 한파와 폭풍이 내려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많은 주민들이 놀랐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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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내려온 거대 저기압이 기존에 내려오지 않던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LA 지역에만 약 85,000여 곳이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항공편 370편 취소와 6000편 이상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요.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 기온을 경험하고 있는데,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꾸준히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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